식물탐사 및 자생지

헤이즐넛 커피와 개암나무

by 카르마 posted May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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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마다 다른 커피취향

국가마다 입맛이 다르고 식성이 다르듯이 주로 판매되는 커피의 맛도 가지각색인 듯하더군요. 태국의 일류호텔 커피맛은 우리나라 1970년의 다방에서 팔던 꽁피(꽁초커피)맛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색은 진하고 향은 약하지만 입안에 쓴맛이 가득남는... 한때 일부 다방에서 100% 수입되는 커피원두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담배가루를 섞어서 커피를 만들었던 탓에 한참동안 다방커피를 꽁피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좌우 일류호텔의 원두커피인 탓이었을까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 아쉬운데로 마실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여행에서 만난 커피는 전혀 마시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하루에도 대여섯잔의 커피를 마셔야 하루가 편안해지는 사람이 며칠간 커피를 마시지 못하니 커피를 마시고 싶어 안절부절하는 상태까지 되더군요. 급한데로 수퍼마켓에서 파는 커피가루와 프림과 설탕을 사서 타서 마셨지만 한모금 마시고 그대로 버렸던 기억입니다.

Hazelnut.jpg

 

한국사람들의 입맛이 소위 길다방커피 맛을 내는 커피믹스에 길들여졌다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가의 브랜드 커피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성업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듯합니다. 외국의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들도 나라마다 조금씩 맛을 달리하는 것같더군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에스프레소는 진하기는 하지만 유럽의 오리지널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그래도 농도가 덜한 편인 것같더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커피중에는 헤이즐넛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커피전문점은  물론이고  커피믹스에도 헤이즐넛 향을 내는 상품이  생겨날  정도이니 말입니다. 저 자신도 한동안 착각하고 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헤이즐넛이  아라비카나 블루마운틴 처럼 원두커피의 일종쯤으로 생각하시더군요. 

헤이즐넛은 커피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반커피에 헤이즐넛의 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헤이즐넛은 커피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개암나무 열매인 개암과 비슷한 것으로 밤이나 도토리와 비슷한 일종의 견과류입니다.
원래는 터기원산으로 유럽쪽에서는 제빵이나 제과에 사용하던 원료로 초코릿의 향을 내는데도 이용되었다고 하더군요.

hazelnut-cream.jpg

 

작년 가을쯤이던가요?
미국에서 살다오신 모님이 개암나무 사진을 올리고 질문을 하셔서 헤이즐넛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http://www.wildgreen.co.kr/341287 ) 의외로 헤이즐넛은 잘 알아도 개암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같습니다. 개암이 시골에서는 깨금이라고 불리우고 옛날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하던 옛날 구황식물의 하나였습니다. 열매는 도토리와도 비슷하지만 도토리처럼 씁쓸한 맛이 없어서 날로 먹어도 맛있습니다.
개암의 활용

서양에서는 헤이즐넛(hazelnut)로 알려져있는 개암의 역사가 물론 유럽쪽에서는 로마시대의 기록도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우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오레곤주의 상징물이기도 한 헤이즐은 실제로 미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라고 하니까 고작 150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용법은 우리네하고 차이가 조금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간식으로 생식하는 정도이고 최근에는 개암죽염이라고 해서 죽염가공할때 사용하는게 고작인 것같습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우리네 도토리와 활용법이 조금은 비슷한 것같습니다. 껍질을 제거하고 가루로 만들어서 제빵, 제과에 활용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헤이즐넛을 커피의 한종류쯤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비해 의외였습니다.

국내에서는 개암을 상품화한 경우가 거의 없어보입니다. 가끔 개암을 판매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거나 중국산이더군요. 미국이야 오래전부터 활용해왔으니까 그렇다치더라도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개암의 용도를 알아채고 대량재배를 하는 모양입니다.
중국의 심양거리에  榛子(쩐즈-개암) 전문점이 많이 생겼고 가격도 두배이상 올랐다고 하는 것같습니다.

개암의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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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은 견과류로 도토리나 밤의 가공과 비슷한 것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에 담궈서 껍질을 제거하지만 서양에서는 살짝 볶아서 껍질제거를 한후 분말을 만들어서 이용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불에 20-30분, 또는 중불에 10분정도를 볶으면 노릇노릇 구워지면서 껍질도 벗겨진다고 합니다. 물론 중불로 해서 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계속 저어줘야하는 불편은 감수해야할 것같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분말을 빵을 만들때 섞거나 제빵재료들과 혼합해서 활용합니다.
 

사실은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한 것은 커피에 헤이즐넛향을 추가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제빵제과에 대한 자료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커피와 관련된 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커피중에서 개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2-10% 정도인 것같습니다. 하지만 커피가루에 개암가루를 바로 섞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 커피에 10::1정도로 개암술(hazelnut liqueur)을 믹스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암주 또는 개암술로 검색이 되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이미 개암술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이 개암술을 만드는  방법도  특별한 것이 있어보이지는 않고 밀가루나 쌀가루대신에 개암가루를  사용하는 정도로 보입니다.

개암커피 주세요.

우리가 이미  가지고있었던 것은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니 좋아보여서 따라하는 따라쟁이습성때문일까요?
깨금 또는 개암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상당히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비해 개암의 활용은 미미한 듯합니다. 오히려 헤이즐넛으로 알고 있고 이용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그럴듯한 헤이즐넛커피를 직역하자면 개암커피인 셈입니다.
대중들에게 헤이즐넛커피대신 개암커피가 더 많이 알려지고 인기있는 시절이 오기는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