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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2003.09.09 09:08

버리며살기...

조회 수 2379 추천 수 0 댓글 2


P8035325.jpg

 


인생의 절반은 모으면서 살고 나머지 절반은 버리며 산다고 했던가?
하지만 버리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행을 떠날때 가급적 짐을 줄여야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얼마전 책에서 평상시 사용하는 작은 배낭에 속옷한벌과 노트한권, 그리고 카메라 하나 달랑들고 세계일주를 하는 여자에 대해서 읽은 적이 었었다. 어쩌면 저처럼 짐이 적게 여행할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년 티벳여행때 내딴에는 짐을 거의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달반동안의 여행동안 전혀 쓰지않고 그대로 들고온 물건이 있는가하면 중간에 쓸모가 없어서 선물이랍시고 인심쓰거나 아예 쓰레기로 버린 물건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결혼후 10년동안 무던히 이사를 많이 다녔었다.
이사할때마다 버리고 또 버리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가 없음에도 막상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다음 이사할때까지 단 한번도 풀지않고 박스채 창고에 몇년째 쌓여있는 물건들도 부지기수다.

당시에는 꼭 필요해서 구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필요가 없어지는 물건들이 가장 문제인 것같다. 십년전만해도 컴퓨터 프로그램과 디스켓을 콜렉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쪽 벽면 가득히 디스켓을 모아두고 오는 사람마다 자랑하고, 보여주고, 복사도 해주고...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요즘처럼 컴퓨터환경이 바뀌고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하드용량이 커진 상황에서는 그 많은 콜렉션이 그저 박물관에나 진열해야할 골동품축에도 못끼는 쓰잘데기없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책을 참 좋아했었다.
어쩌면 읽는 것보다도 콜렉션의 일종으로 생각했었던 것은 아닌지...
좌우간 책은 빌려서 보는 것이 아니고 사서 봐야한다는 생각을 오래동안 버리지 못하고 살았었다. 결국 조금 좋다고 생각되는 책은 꼭 구입을 해서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었다. 어쩌면 그 책을 읽었다는 증표쯤으로 생각하는 자기과시욕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가끔은 내손으로 구입했음에도 단 한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그냥 서가로 올라가는 책들도 있다. 욕심만으로 책을 구입한 경우이거나 잘못 구입한 것들이다. 좌우간 이래저래 상당히 많은 책을 사모았었다.
한권 한권의 책을 모을때마다 가슴 뿌듯한 만족감에 젖곤 했었다.

브레테니커 백과사전은 한달 월급이 25만원이던 레지던트시절에 100여만원을 주고 구입했었다. 책이 꼭 필요하고 반드시 소유하고 싶었던 책은 아니었지만 같이 의과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포기한 나이많은 동기가 백과사전 외판원이 되어 나타났었다. 나이가 우리보다 열살은 더 많았던 분이었는데 우여곡절끝에 입학은 했지만 도무지 따라가지를 못해서 낙제를 거듭했다. 나하고도 2년을 같이 강의받았었다. 원래는 선배였었는데 낙제해서 우리랑 같이 다니다가 가까스로 진급을 했었다. 하지만 다음해에 다시 낙제를 해서 우리보다 후배가 되고 말았다. 이래저래 8년을 학교에 다녔지만 적응하지못하고 학교를 포기해야했었다. 그런 사람이 책을 들고 나타났으니 뭔가 보이지않는 엄청난 압력에 의한 강매아닌 강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백과사전을 내손에 넣었다는 뿌듯함에 며칠간 책갈피를 뒤적이며 밤잠을 설쳤었다.
지금으로서는 30여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 달랑 CD 몇장에 들어있으니 지금 생각하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월부로 책값 갚느라고 몇달을 고생했었는데...
20년동안 백과사전을 꺼내서 뭔가를 찾아본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항상 책장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앉아있다.

참 무던히도 버렸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은 것들이 더 많으니
아직도 한참을 버려야할 모양이다.
언제쯤 저 백과사전을 버릴 수 있게 될까?

?
  • ?
    후곡마을 2003.09.09 10:28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저하고 사연이 있습니다
    나이 서른에 대학가서 서른넷에 졸업하니 갈곳이 없었지요
    그래서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알고보니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파는 곳이었는데
    그당시 돈으로 5억원어치를 팔아야 정식 직원이 되는 조건이었던 같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5백만원짜리 1질도 못팔것 같아서
    오라고 하는 데도 포기했었지요..............
    그 뒤에 서울시 공무원이 되었는데 안가길 잘했지요........
  • ?
    전신권 2003.09.13 21:27
    아무것도 아닌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합니다. 그런것이 인생이라고 해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물품들이 귀한 시절을 살았던 경험들이 아직도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옛날의 기억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까닭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저의 책상은 허접스러운 기록들과 종이나부랭이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치워 주어도 다시금 가득찹니다. 집사람은 정서불안이라고 하는데 제 아들이 저랑 또같습니다.

    제 책장에는 10년이상을 펴 보지도 않은 원서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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