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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 단상
2002.03.21 08:46

콘트라베이스

조회 수 1553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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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역자 : 유혜자
출판사 : 열린책들
출판일 : 2000년 2월 20일
페이지수 : 108
판형 : B6
판수 : 1
ISBN : 8932902763

이 책이 어떻게해서 내 책장에 꽂혀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없다.
한 사무실에서 10년을 살다보니 먼지와 손때가 닥지닥지 눌어붙어서 나 자신이 초라하다는 생각을 갖기 일쑤였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먼지가 가득한 날이 반복되는 것이 봄은 봄인 모양이다. 극심한 황사현상에 시달리던 어느날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사람들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수없이 많은 구성원들이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구성원 하나하나는 크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원동력이기도하다.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묵묵히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 땡볕에 농사를 짓는 농부의 주름진 손마디가 그렇고, 새벽마다 거리를 비질하는 청소부 아저씨가 그렇다. 사거리 한쪽 구석에서 신호등을 조작하는 교통경찰이 그렇고, 아침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요구르트 아줌마가 그렇다.

나름대로의 자부심으로, 더러는 나름대로의 열등의식으로 지탱하고 버티며 살아간다.
초등학교때 꿈이 무어냐고 물었을때 청소부라고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케스트라에서도 처음부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되고자 했던 사람은 없다. 다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아니면 플룻같은 관악기를 연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떡하다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되고 말았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솔로주자나 앞줄의 바이올린 주자가 되지 못하는 열등의식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그만큼 베이스라는 음역이 음악에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  .....그렇지만 오케스트라에서는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곳에는 냉엄한 능력별 계급제도, 옛날 옛적에 내려진 결정을 그대로 고수하는 잔인한 계급제도, 재능에 따른 냉혹한 계급제도, 진동음과 음의 빛깔에 따라 절대로 번복 불가능하기도 한 자연의 질서이며, 물리적인 계급별 차별화 제도 등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오케스트라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

무대에서 소리를 질러 소프라노에 대한 사랑을 표시하고 실업자가 될지, 아님 지독한 현실주의자로 돌아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맨뒷줄에서 지휘자도 눈치채지 못할 발장단이나 하고 있을지...

콘트라베이스가 아니더라도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할지언정 한번쯤 그 벽을 뛰어넘고 싶은 욕구와 희망을 가지고 사는게 인간이 아닐까? 그리하여 제1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되고 8중단의 단원이되고 5중주단의 단원이 되고... 현실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지만 결코 솔로연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맨날 길을 가로막고 서있는 얼간이(?)같은 콘트라베이스를 증오하는 것일까?
좌우간 저마다 가슴에는 콘트라베이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책은 어떤이는 소설로 분류해놓았지만 실제로는 소설이 아니고 연극대본이다. 그것도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주절대는 모노드라마의 대본이다. 결국 책을 읽으면서 '빨간 피어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추송웅의 몸짓으로,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갈갈이형제"의 박준형의 말투를 연상하며 읽었다.

....제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가 단지 소프라노 가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종종 도라벨라나 아이다라든가 나비부인 따위를 부른다고 해서, 그리고 제가 단순히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에 불과하다고 해서.... 단지 기런 이유 때문에 ..... 그것 때문에.... 고급 식당을 간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용서하십시오..... 죄송합니다....... 마음을 좀.... 진정해야..... 제 생각에는 .... 진정시켜야... 제가 여자를 하나 만나.... 산다는 것이.... 가능하시다고 생각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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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3.21 09:47
    [아침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요구르트 아줌마가 그렇다.] ~? 우리집에 오는 요구르트 아줌마는 요구르트를 배달하던데요 ? . 마치, 한권의 책, 콘트라베이스를 다 읽은 느낌입니다. 베이스, 기본이라 말합니다. 중심이지요~! 사물놀이에서도 꽹가리보다 징이 우선한다 합니다. 기타에서도 베이스가 없다면 그 연주는 살아 숨쉼이 없다합니다. 소프라노가수를 아네로둔 콘트라베이스 주자에게 박수~~~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는 영혼을 울려준다 합니다. 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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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마 2002.03.21 09:49
    예술적 재능은 타고 나지 못해서 눈도 귀도 뚫리지를 않았습니다. 음악을 좀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클래식은 도저히 안되겠고 한동안 재즈를 들으면서 귀를 후비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결국 그 첫걸음마는 베이스를 듣는 것이더군요. 아직도 편성된 악기들의 여러 어우러진 소리를 소화해내지 못하기에 지금도 베이스만 따라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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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2002.03.21 10:04
    나도 도진 개진입니다만, 베이스를 안다함은 이미 전부를 안다합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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