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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티벳여행
2003.08.14 09:50

구개왕국(古格王國)과 자파랑

조회 수 2182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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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울퉁불퉁 한시간을 달려서 구개왕국 유적지에 도달했다. 언덕의 가파른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건물들이 서있고 주변에는 온통 건물들의 잔해와 굴이 흉물스럽게 숭숭 뚫려있다. 구개왕국유적은 9세기경에 절벽을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10세기경에는 인도와 티벳사이의 무역과 학술교류를 담당하여 부를 누렸으며 되링사원이 있던 잔다까지를 포함해서 인구가 수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사원내부의 벽화들이 당시 최고의 미술가들을 초대해서 만들었다고 하니 상당한 부를 형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가이드북에는 350위안이라고 되어있는데 105위안만 내면 된단다. 그런데 크리스천과 다게스가 입장료가 아깝다며 자기들은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기껏 들어가봐야 벽화 몇개하고 불상 몇개 있는데 구경할 것도 없는데 돈만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와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 혼자라도 구경하고 나오겠다고 했더니 잉잉과 파브리즈가 따라 나선다.
Lhakhang Marpo(Red Palace : 紅殿), Lhakhang Karpo(White palace : 白殿), Dorma Lhakhang, Jiki Lhakhang등 네개의 건물을 구경하는데 안내원 한명이 따라 나서서 설명을 해준다. 불행이도 안내하는 사람이 티벳어와 중국어밖에 하지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잉잉이 일부 영어로 통역을 해주기는 하는데 용어가 생소해서 이해하기 쉽지않다. 특히 불교용어들은 원음인 힌두어와 티벳어, 중국어, 우리말이 각기 다른데 그것을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많이 되니 더더욱 어렵다. 하물며 불교미술에 문외한이니...
유명세를 단단히 타고 있는 둔황의 막고굴을 보고는 실망이 엄청났었다.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었다해서 우리들에게는 친숙하지만 막상 구경을 하고 나니 씁쓸한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막고굴은 그림이나 조각 전문가가 아닌 일반 승려나 신도가 수행을 목적으로 그리고 조각한 것이라면 이곳 자파랑은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조성된 그림과 조각이니 문외한인 내가 봐도 수준이 달라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1966년 문화혁명당시 많이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불상들이 부숴지고 깨지고 벽화의 일부가 훼손되었지만 남아있는 벽화와 불상들만으로도 혼자보기 아까운 귀한 작품들로 느꼈졌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이의 여행기에는 이곳 구게왕국의 벽화를 인도벽화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초기의 불교도들은 불상을 제작하는데  감히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지 못했으나,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이후 간다라 지방에 들어와 살던 그리스인들의 영향을 받아서 쿠샨 왕조시대의 불교도들이 처음으로 부처를 불상으로 제작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초기의 간다라불상은 서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 자파랑의 벽화에 그려진 대부분의 불상에서 서양인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불상의 형태나 의복은 국내에서 흔히 보는 형태가 다를바 없으나 얼굴은 초기 불교의 간다라불상이 티벳을 거쳐서 중국과 극동으로 전달되어오는 과정을 보는 듯했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들은 불교의 모태종교인 힌두교의 영향으로 힌두교의 많은 신들이 불교의 불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혼란스러운 부분은 손이 여러개이고 머리가 여럿인 힌두의 신이 불상으로 조각되어있고 누가봐도 힌두의 시바신이 불교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그려져있다는 것이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들은 누가봐도 성적인 묘사가 분명한 그림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 었다. 소위 남녀합체불인 에로틱한 미투나불이라고 한단다. 여러가지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사진을 전혀 찍지 못하게 한다. 눈딱감고 한장만 찍으면 안되겠느냐는 부탁에 단호히 거절한다. 건물하나하나 안내인이 직접 열쇠를 따고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고 사람이 다 나오면 다시 문을 잠근다. 몇몇 벽화에서는 손이 여러개인 불상에 여러가지 물건을 하나씩 들고 있는데 그중에 우리의 국기에 사용되는 선명한 태극문양을 보이는 것이 있다. 안내인에게 태극문양에 대해서 물었는데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마지막 건물인 지키라캉문에는 티벳글자 몇개가 적혀있다. 안내인은 그것을 옴마니반메훔으로 육자대명왕진언(六字大明王眞言)이라고 한다.

맨꼭대기에 있는 건물은 왕이 살던 궁전이라고 한다. 밖에서 보이는 것은 여름별장이고 지하에 겨울궁전이 따로 있다고 한다. 땡볕속에 계단을 한참 오르는 것인데도 고소에 적응이 어느정도 된데다가 고도 3700미터정도여 걷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꼭대기까지 올라갈 엄두는 나지않는다. 잉잉과 파브리시오는 왕궁을 구경하겠다고 오르는데 나는 또 지키라캉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수틀레즈강과 건너편 언덕을 내려다보았다. 티없이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서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강건너편의 잔다토림(土林)을 구경하면서...

내려와서 관리인들이 거주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한사람이 앉아서 만다라를 그리고 있다. 벽화의 일부를 그린 탱화도 판매용으로 그린다고 한다. 밖에 나오니 크리스천은 어느 가이드북에서 본 동굴을 찾는다며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최근에 미이라가 된 시신이 들어있는 굴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중 목이 잘린채 있는 시신도 있는 것이 이 구개왕국의 마지막날 함께 최후를 맞이한 사람들의 시신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얼마전 나도 책에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관리실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고 위쪽 사원건물을 열쇠로 관리하는 것처럼 동굴 입구를 열쇠로 채워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엉뚱하게 언덕 아래로 내려간 크리스천과 다께스는 한참 뒤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다. 워낙 동굴이 많아서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0세기 초 건국한 구개왕국은 600여년동안 번영과 영화를 누렸지만 외부에 구개왕국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갑자기 역사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1600년 이후 카톨릭에서 떨어져나온 네스토리아교의 흔적을 찾기 위한 몇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1624년 안토니오 드 앙드레드 신부가 이끄는 원정대가 구게왕국에 발을 들여놓은 최초로 유럽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앙드레드 신부는 포르투갈의 예수회 소속으로 구게왕의 공식적인 허가를 받으면 급진적인 전도활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구게왕국은 역사의 기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구게왕국의 몰락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아직 이견이 많다. 다만 1635년 라다크인들에 의해 멸망하고 철저하게 파괴되었다는 학설이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되어있다.

불교미술의 아름다움, 탄트라에 대한 혼란한 기억, 구게왕국의 신비스러움과 비밀을 뒤로한채 다시 갔던 길을 되집어서 잔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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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후곡마을 2003.08.15 20:00
    역시 남의 얘기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낫지요
    구게 왕국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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