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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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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티벳여행
2003.11.13 13:19

여행 22일째 - 수미산(須彌山)행

조회 수 890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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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4일 (여행 22일째)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아프다. 고도계가 4700미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다시 고소증이 생기나보다. 이상태로는 코라를 하기 힘들것같은데 걱정이다. 우리한테 잠자리를 내주고 침구만 챙겨들고 나간 주인과 가족들은 집밖의 노지에서 잠을 자고 있다. 크리스천은 뒤편에 따로 텐트를 치고 자고 있고 잉잉은 차에서 불편하게 자고 나온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달랑 집 한채밖에 없다. 삭막한 지형이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에 개울이 흐르고 있다.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아무대나 쭈그리고 앉아서 아침볼일을 본다. 가릴것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숨을 곳도 없으니 그저 사람이 있는 쪽을 등지고 앉으면 어디든지 화장실이니 남자들이야 그렇다치고 홍일점 잉잉이 가장 불편할 것같아보인다. 헌데 파브리시오가 가림막역할을 하고 있다...ㅋㅋ

문패에는 찻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식사로 먹을 만한 것이 컵라면 밖에 없다. 이사람들의 주식인 짬파는 보리를 볶아서 가루를 낸다음 물이나 우유에 게어서 먹는 것이다. 손으로 주물러서 먹기 때문에 보기에도 깨끗해보이지않는데 그나마 맛도 별로다.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겸 난로가 딱 하나밖에 없는데 주전자로 물을 끓일 수는 있지만 요리를 할 수있는 구조가 아니다. 뚜껑대신 물을 담은 주전자를 올려놓고 가끔 주전자를 들고 말린 야크배설물을 집어넣는다. 야크의 배설물이니 냄새로 많을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냄새는 거의 나지않는다. 야크배설물을 몇개 집어넣고 그손으로 다시 짬파를 주무른다.
그냥 보기만 해도 별로 맛이 없어보이는데 야크똥까지 만지는 지저분한 손으로 주므르고 있으니 식욕이 돋을리 없다.

우리네 정종잔처럼 생긴 찻잔에 우유차를 따라주는데  차가 조금만 식으면 차위에 엷은 막처럼 기름이 뜬다. 맛은 별로인데 설탕을 워낙 많이 넣어서 단맛에 그냥 먹을 만하다. 주인집 가족들은 차를 담은 보온병을 들고 잔이 조금만 비면 다시 가득 채워놓는다. 단 한모금만 마셔도 다시 즉시 잔을 채워놓으니 마시기가 부담스럽다. 그만 따르라 해도 막무가내다. 그것이 티벳식의 손님접대란다. 결국 차로 물배만 잔뜩 채우고 차에 올랐다.

새로 차에 오를때마다 여전히 신경전은 계속된다. 맨뒷자리는 앉고 싶어하지않고 가능하면 맨 앞자리만 앉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어제밤 일로 잔뜩 심통이 나있는 잉잉이 이번에는 뒷자리에 가지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하는 수없이 내가 자원했다. 여기에서 다르첸까지는 거리가 그리 멀지않고 지형이 평탄하니 별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하지만 차가 출발하고서는 후회가 막심이다. 우선 자리가 높아서 천장과의 공간이 별로 없다보니 자세를 똑바로 앉을 수가 없다. 아예 슬리핑백과 배낭을 침대삼아 드러누웠더니 이번에는 차멀미가 심해진다. 창밖경치는 몇시간을 달려도 바뀌지않는다. 그저 막막한 고원의 삭막함이 계속된다. 오후세시쯤 다르첸(Darchen)에 도착해서는 고소증과 차멀미로 초죽음 되어서 차에서 내렸다.

뒷쪽으로 눈덮인 봉우이를 보여주는 카일라스(Mt. Kailash)는 성산(聖山) 또는 신산(神山)이라고 불리우고 우리에게는 수미산(須彌山)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멀리서 보면 네면의 뚜렷한 사각형의 주봉에는 일년사시사철 흰눈으로 덮여있고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사람이 등반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티벳불교, 지나교, 폰교는 물론 힌두교의 성지이어서 길이 뚫리는 5월 중순부터 10월중순까지는 항상 순례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다르첸은 이런 순례자들의 베이스캠프에 해당되는 곳으로 소위 코라라고 하는 순례를 시작하는 곳이 끝내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할때로 한때의 티벳인들이 트럭에 이삿짐처럼 여러가지 살림살이까지 싫고 도착하고 있었고 인도에서 왔다는 일단의 힌두교도들을 고급 랜드로버를 타고 도착하고 있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차에서 내려 한참을 누워있어야했다. 입맛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먹어야한다. 입구의 한식당 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이름도 모르고 그저 하는 한자 몇개 믿고 손가락으로 주문을 했다.

식사후에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비어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전혀 없다. 소위 피크철이고 올해가 몇년에 한번씩 오는 신년(神年)이어서 순례객이 더 많이 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티벳 순례객들은 천막을 치지만 남쪽의 따뜻한 곳에서 온 인도인들이나 단체여행객들이 워낙 많아서 이미 예약이 끝났다는 것이다.
다시 다음 일정에 관한 격론끝에 차로 두시간정도 떨어져있는 마나사로바 호수 근처에서 민박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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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후곡마을 2003.11.28 15:58
    여행을 오래 쉬어서 어디까지 왔더라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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